벚꽃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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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의 봄을 벗을 시간산 2022. 5. 4. 07:29
개심사 / 마종기 구름 가까이에 선 골짜기 돌아 스님 한 분 안보이는 절간 마당. 작은 불상 하나 마음 문 열어놓고 춥거든 내 몸 안에까지 들어오라네. 세상에서 제일 크고 넓은 색깔이 양지와 음지로 나뉘어 절을 보듬고 무거운 지붕 짊어진 허리 휜 기둥을, 비틀리고 찢어진 늙은 나무 기둥들이 몸을 언제나 단단하게 지니라고 하네. 절 주위의 나무 뿌리들은 땅을 헤집고나와 여기 저기 산길에 드러누워 큰 숨을 쉬고 어린 대나무들 파랗게 언 맨손으로 널려진 자비 하나라도 배워보라 손짓하네. 현존하는 당우로는 보물 제143호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하여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94호인 명부전(冥府殿),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58호인 심검당(尋劍堂), 무량수각(無量壽閣)·안양루(安養樓)·팔상전(八相殿)·객실·요사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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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도 / 이정하삶 2020. 4. 11. 19:55
작은 기도 / 이정하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게 하소서 그리움으로 가슴 아프다면 그 아픔마저 행복하다 생각하게 하소서 그리워할 누가 없는 사람은 아플 가슴마저도 없나니 아파도 나만 아파하게 하소서 둘이 느끼는 것보다 몇 배 도하더라도 부디 나 한 사람만 아파하게 하소서 간구하노니 이별하고 아파하는 이 모든 것 그냥 한번 해보는 연습이게 하소서 다시 만나 더욱 사랑할 수 있게 하는 다시는 헤어져 있지 않게 하기 위한 그런 연습이게 하소서 봄은 생각이 많은 시간들,,, 밤새 뒤척이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에 문지방을 넘고,,, 그만 행복이란 놈을 만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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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삶 2015. 4. 8. 16:31
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 社稷公園(사직공원)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비 내리는 날,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