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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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함께 있으면 / 류시화산 2021. 4. 26. 12:10
그대와 함께 있으면 / 류시화 그대와 함께 있으면 나는 너무나도 행복한 기분에 빠지곤 합니다 나는 내 마음속의 모든 생각을 그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느땐 아무말 하지 않아도 마치 내 마음을 털어 놓은 듯한 느낌을 갖습니다 항상 나를 이해하는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나는 너무나도 편안한 기분에 빠지곤 합니다 나는 사소한 일 조차 속일 필요없고 잘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나는 세상을 두려워 하지않는 자신감을 갖습니다 나는 사랑으로 그대에게 의지하면서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대는 내게 특별한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꽃으로 피어있는 행복이란 말은 꽃말에는 없습니다. -- 강은혜 신인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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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시화산 2019. 2. 25. 17:16
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시화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불붙은 옥수수밭처럼 내 마음을 흔들며 지나가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입 속에 혀처럼 가두고 끝내 하지 않는 말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 몸속에 들어 있는 혼 가볍긴 해도 그건 바람이 아니야 힌디어에 '킬레가 또 데켕게'라는 격언이 있다.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When it flowers, we will see).'라는 뜻이다. 지금은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설명할 길이 없어도 언젠가 내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자신이 통과하는 계절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으면 사람들이 자연히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내는 단지 기다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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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유서 / 류시화산 2018. 10. 9. 09:21
가을 유서 / 류시화 가을엔 유서를 쓰리라 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 마지막 눈 감은 새의 흰 눈꺼풀 위에 혼이 빠져 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 갑자기 쌀쌀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 하룻밤새 하얗게 돌아서 버린 양치식물 위에 나 유서를 쓰리라 파종된 채 아직 땅 속에 묻혀 있는 몇 개의 둥근 씨앗들과 모래 속으로 가라앉는 바닷게의 고독한 시체 위에 앞일을 걱정하며 한숨짓는 이마 위에 가을엔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장 먼 곳에서 상처처럼 떨어지는 별똥별과 내 허약한 폐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 가난한 자가 먹다 남긴 빵껍질 위에 지켜지지 못한 채 낯선 정류장에 머물러 있는 살아 있는 자들과의 약속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을이 오면 내 애인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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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설경산 2018. 1. 20. 20:23
옹이 / 류시화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 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관성의 물리력은 정지해 있는 사람은 계속 정지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 엘런 머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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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과 철쭉꽃, 그리고 나산 2016. 6. 15. 19:19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외눈박이 물고기처럼사랑하고 싶다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외눈박이 물고기처럼그렇게 살고 싶다혼자 있으면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산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만 기다림도 그 한가지이다보여주는 것만큼 보고 가지만, 여러번의 노력을 요구한다기다림으로 계속하다 보면 한번은 보게되니까?백록담이 안개에 덮혀간다금새 환하게 걷히고,,,, 변화무쌍하다백록담 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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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잎/류시화농부이야기 2014. 11. 3. 20:27
붉은 잎 / 류시화 그리고는 하루가 얼마나 길고 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 그 다음 날이 왔고 그 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 붉은 잎, 붉은 잎 하늘에 떠가는 붉은 잎들 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직여 가고 또 갑자기 멈춘다 여기 이 구름들과 끝이 없는 넓은 강물들 어떤 섬세하고 불타는 삶을 나는 가지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졌었다. 그렇다,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하찮았던가! 여기 이 붉은 잎, 붉은 잎들 허공에 떠 가는 더 많은 붉은 잎들 바람도 자고 물도 맑은 날에 나의 외로움이 구름들을 끌어당기는 곳 그것들은 멀리 있다, 더 멀리에 그리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그것들을 겨울하늘 위에 소용돌이치게 하고 순식간에 차가운 얼음 위로 끌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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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꽃-류시화농부이야기 2014. 7. 20. 21:59
패랭이꽃 -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가뭄에 피어난 엉겅키꽃, 겔3) 가끔은 이유없는 일탈이 여행이란 이름으로 변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리고 일탈을 꿈꾼다 우리는 모른다 내가 남에게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내 기준인 것을,,, 우리는 누구에게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그것도 그의 기준일 것이다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우리는 아마도 인식하지 못하였을까? 오늘 폭염가운데 길을 걸으며 이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