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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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暴雪) / 오탁번산 2022. 12. 23. 22:10
폭설(暴雪) /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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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객 / 정현종산 2022. 6. 14. 21:04
가객 / 정현종 세월은 가고 세상은 더 헐벗으니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새들이 아직 하늘을 날 때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늙어가니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동안 무슨 터질 듯한 立場입장이 있겠느냐 항상 빗나가는 구실 무슨 거창한 목표가 있겠느냐 나는 그냥 노래를 부를 뿐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는 동안 나그네 흐를 길은 이런 거지 저런 거지 같이 가는 길 어느 길목이나 나무들은 서서 바람의 길잡이가 되고 있는데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사람들이 걸신걸신을 섬기는 동안 하늘의 눈동자도 늘 보이고 땅의 눈동자도 보이니 나는 내 노래를 불러야지 우리가 여기 살고 있는 동안 ----- 낮술로 붉어진 아, 새로 칠한 뺑끼처럼 빛나는 얼굴, 밤에는 깊은 꿈을 꾸고 낮에는 빨리 취하는 낮술을 마시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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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인사/ 이해인삶 2021. 12. 24. 21:33
성탄인사/ 이해인 사랑으로 태어난 예수 아기의 따뜻한 겸손힘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사를 나누어요 오리 오늘은 낮선 사람이 없어요 구세주를 간절히 기다려온 세상 에게 이웃 에게 우리 자신에게 두 팔 크게 벌리고 가난 하지만 뜨거운 마음으로 오늘날 만이라도 죄없는 웃음으로 엠마 누엘 엠마 누엘 예수 아기가 누워 계서 거룩한 집이된 구유 앞에 오리모두 동그란 마음으로 둘러셔서 서로를 더욱 용서하고 서를를 더욱 신뢰하고 사랑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요 예수님을 닮은 평화의 사람으로 길을 가기 위해 오래오래 꺼지지 않는 등을 밝혀요 우리 주님이 주시는 믿음의 기름을 더욱 넉넉히 준비해요 엠마 누엘 엠마 누엘 예수 아기의 흠없는 사랑 안에 새롭게 태어 나요 성탄절에 혼자 사는 남자는 외롭겠죠? 거기에 생일입니다 늘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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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것은 / 엘렌 바스산 2021. 12. 24. 18:22
중요한것은 / 엘렌 바스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남은 것들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집이 당신을 내리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시끄러운 세상입니다 사랑으로 오신 성탄을 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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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철쭉 산행산 2021. 6. 5. 15:39
0, 산행일시 : 2021년 5월29일 0, 경로 : 삼공주차장 - 백련사 - 향적봉 - 중봉 - 철쭉구경 - 향적봉 -백련사 - 삼공주차장 0, 동행 : 주인님 사람들 없는 새벽 4시 산행 시작했습니다 거의 정상에 도달하니 철쭉이 보입니다 정상입니다 ㅎㅎ 바람과 운해로 무지하게 추웠습니다 ㅎㅎ 방한복으로 입고, 목에도 수건 감고,,,, 철쭉이 없습니다 추위와 이상기온으로 금년에는 별로입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꽃들 보면서 즐겨봅니다 필경(畢竟) / 김용택 번개는 천둥과 벼락을 동시에 데려온다. 한 소절 거문고 줄이 쩡! 끊긴다. 노래는 그렇게 소낙비처럼 새하얀 점멸의 순간을 타고 지상에 뛰어내린다. 보아라! 땅을 차고 달리는 저 무수한 단절과 침묵의 발뒤꿈치들을, 제 몸을 부수며 절정을 넘기는 벼락 속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