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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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마곡사의 가을산 2020. 11. 8. 10:36
역사 〈태화산마곡사사적입안 泰華山麻谷寺事蹟立案〉에 따르면 640년(신라 선덕여왕 9)에 중국 당나라에서 돌아온 자장(慈藏)율사가 통도사·월정사와 함께 창건한 절로 여러 차례 화재가 있었으나 고려 중기에 보조국사 지눌(知訥)에 의해 중건되었다고 한다. 절의 이름에 대해서는 2가지 설이 있는데, 자장이 절을 완공한 후 설법했을 때 사람들이 '삼'(麻)과 같이 빽빽하게 모여들었다고 해서 마곡사라 했다는 설과 신라 무선(無禪)대사가 당나라 마곡보철(麻谷普澈)선사에게 배웠기 때문에 스승을 사모하는 마음에서 마곡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이 절은 고려 문종 이후 100여 년간 폐사되어 도둑떼의 소굴로 이용되었으나 1172년(명종 2)에 왕명을 받아 보조국사가 그의 제자인 수우(守愚)와 함께 왕으로부터 받은 전답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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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지나는 법 / 나호열삶 2020. 9. 19. 16:32
가을을 지나는 법 / 나호열 가을은 느린 호흡으로 멀리서 걸어오는 도보여행자 점자를 더듬듯 손길이 닿는 곳마다 오래 마음 물들이다가 툭 투우욱 떨어지는 눈물같이 곁을 스치며 지나간다 망설이며 기다렸던 해후의 목멘 짧은 문장은 그새 잊어버리고 내 몸에 던져진 자음 몇 개를 또 어디에 숨겨야 하나 야윈 외투 같은 그림자를 앞세우고 길 없는 길을 걸어가는 가을 도보여행자 이제 남은 것은 채 한토막이 남지 않은 생의 촛불 바람이라는 모음 맑다. 긴 장마 때문인가,,,? 구름 좋은 날, 세상이 아름답다 지나는 길, 성벽 저 너머에 가을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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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대하여 / 나호열삶 2020. 9. 11. 20:42
커피에 대하여 / 나호열 사랑을 믿지만 과녁에 꽂히는 화살처럼 가슴에 적중하는 사랑이 나는 두렵네 오늘 밤 뜨겁게 일렁이는 사랑이 지나간 후 속삭이는 바람을 잊어버리기는 너무 힘드네 조금씩 오조준하여 빗나가는, 그리하여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오해 받을지라도 나는 그대의 심장 옆에 머물고 싶네 오십 년 만에 이제 겨우 커피 맛을 알게 되었네 향이 좋은가? 그 씁쓸함이 좋은가? 설탕도 넣고 크림도 넣고 커피도 넣고 그래도 그것들의 섞이지 않는 단단한 고집을 이해한다네 나의 외로움을, 쓸쓸함을, 허망함을 사랑하는 사람이여 외로움을 벗은, 쓸쓸함을 벗은, 허망함을 벗은 앙상한 정신은 매력적인가 이 시커먼 속은 무엇으로 감출 수 있는가 오늘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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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벽화. 2 / 나호열삶 2020. 9. 7. 14:03
내 마음의 벽화. 2 / 나호열 글을 모르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말 인줄 아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 말이 바람인줄 아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 나는 글을 안다, 그림이 말이 아닌 줄 나는 안다 말이 바람이 아닌 줄 나는 안다 그러므로 그 벽화는 내가 그린 것이 아니다 내게 말을 걸고 쪽지를 건네주고 바람에 펄럭이는 그 벽화는 어두워져야 보이고 비바람 몰아쳐야 보이고 내가 혼자 먼 길 갈 때 보인다 그러므로 그 벽화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말해 줄 수 없다 그 벽화가 기쁘다 그 벽화가 슬프다 그 벽화가 까르르 웃고 그 벽화가 젖은 울음을 운다 벽화의 주인은 벽이다 나를 감싸주는 그 벽! 죽도에 갔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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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 나호열삶 2014. 11. 26. 21:35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 나호열 출렁거리는 억 만 톤의 그리움 푸른 하늘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혼자 차오르고 혼자 비워지고 물결 하나 일지 않는 그리움의 저수지 머리에 이고 물길을 찾아갈 때 먹장구름은 후두둑 길을 지워버린다 어디에서 오시는가 저 푸른 저수지 한 장의 편지지에 물총새 날아가고 노을이 지고 별이 뜨고 오늘은 조각달이 물 위에 떠서 노 저어 가보는데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주소가 없다 오늘 저녁에는 이런 글을 남기고 싶다 이 동백을 보면서 꽃은 봄에 핀다는 것을 잊기로,,,,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내가 사랑한 기억을 믿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