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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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봄날 / 나태주삶 2015. 6. 7. 06:27
서러운 봄날 / 나태주 꽃이 피면 어떻게 하나요 또다시 꽃이 피면 나는 어찌하나요 밥을 먹으면서도 눈물이 나고 술을 마시면서도 나는 눈물이 납니다 에그 나 같은 것도 사람이라고 세상에 태어나서 여전히 숨을 쉬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는구나 생각하니 내가 불쌍해져서 눈물이 납니다 비틀걸음 멈춰 발 밑을 좀 보아요 앉은뱅이걸음 무릎걸음으로 어느새 키 낮은 봄 풀들이 밀려와 초록의 주단방석을 깔려합니다 일희일비, 조그만 일에도 기쁘다 말하고 조그만 일에도 슬프다 말하는 세상 그러나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많기 마련인 나의 세상 어느 날 밤늦도록 친구와 술 퍼마시고 집에 돌아와 주정을 하고 아침밥도 얻어먹지 못하고 집을 나와 새소리를 들으며 알게 됩니다 봄마다 이렇게 서러운 것은 아직도 내가 살아 있는 목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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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는 시계/ 나태주삶 2015. 5. 30. 10:30
천천히 가는 시계/ 나태주 천천히, 천천히 가는 시계를 하나 가지고 싶다 수탉이 길게, 길게 울어서 아, 아침 먹을 때가 되었구나 생각을 하고 뻐꾸기가 재게, 재게 울어서 어, 점심 먹을 때가 지나갔군 느끼게 되고 부엉이가 느리게, 느리게 울어서 으흠, 저녁밥 지을 때가 되었군 깨닫게 되는 새의 울음소리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팔꽃이 피어서 날이 밝은 것을 알고 또 연꽃이 피어서 해가 높이 뜬 것을 알고 분꽃이 피어서 구름 낀 날에도 해가 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꽃의 향기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가고 시도 쓸 만큼 써보았으니 나도 인제는,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 하나쯤 내 몸 속에 기르고 싶다. (용봉산 악귀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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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철쭉보러(배점주차장-국망봉 구간)산 2015. 5. 25. 18:07
중부권 마지막 철쭉을 보러 산악회를 따라 나섰습니다 동행: 아내와 저, 일행 10명 출발 시간: 03시 홍성 출발 1구간: 배점주차장-국망봉(7.8㎞) 철쭉 개화 현황: 하층부는 낙화, 상층부는 만개, 국망봉과 비로봉 능선은 피기 시작입니다 (23일 현황) ------------- 기도 /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지로 향해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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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물 / 나태주삶 2015. 5. 14. 06:34
선 물 /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구절이면 한아름 바다를 안은 기쁨이겠습니다 철쭉이 가득한 산을 사랑하는이와 손을 잡고 걷는 이들과 황매산을 정원으로 앉은 연인의 모습을 회상합니다 섬진강에 가서 매화꽃을 보지 않고 섣불리 인생을 사랑했다고 말하지 말라는 어느 시인의 시처럼 황매산을 양탄자로 삼아 하루를 보내지 않했다면 봄꽃을 제대로 봤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아, 부럽고 좋다 연인이여,,,,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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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삶 2015. 4. 5. 09:00
도시의 가로등은 사람도, 낭만도 있을 것이다 시골의 가로등은 늘 혼자다 저 가로등 처다보며 징징거리는 이도, 쉬하는 이도,,,, 없다 제대로 쓸쓸한 가로등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소명은 있다 밤을 지킨다 어둠 속 평화를 지킨다!!! 가로등 / 나태주 밤 안개는 몸에 해롭대요 치마 벗고 밤거리에 나선 누군가의 아낙. 가로등을 보면서 / 김민소 모두가 비상을 꿈꿀 때도 네 꿈은 가장 낮은 곳에 있다 부와 명예를 위한 관심도 없다 오직 살고 싶은 생명을 위해 고압전류에 온몸을 녹이면서 빛살을 아낌없이 뿜어댄다 어두울수록 눈부신 너는 그 찬란한 열꽃을 피우면서 꿈을 잉태하는 동화가 된다 너를 닮고 싶다 누더기 같은 마음을 털고 몸으로 사랑을 전할 수 있게 너처럼 살고 싶다 비릿한 허욕과 결별하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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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무침!음식 2015. 3. 7. 20:48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게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부디 아프지 마라 오늘 새벽부터 시작된 일정이 이제 마무리되어 간다 누군가가 자리를 비우면 금방 온도 차이가 있다 오늘은 딸이 연수를 떠났다 넉넉하거나, 무엇을 원하고 보내거나 떠나지는 안했다 넓은 세상을 보고 다른 세상도 보고 지나온 젊음도 돌아보며 놀기도 하고,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런저런 이유였다 항공료 아낀다고, 일본을 경유하여 간단다 좀 미안한데, 그냥 부딪혀보라고 했다 그게 공부니까! 아낀 자금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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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농부이야기 2014. 11. 1. 00:57
11월의 시/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을 비우고 홀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내가 사랑하는 계절/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