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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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김현승산 2014. 9. 2. 07:39
고독 / 김 현 승 너를 잃은 것도 나를 얻은 것도 아니다. 네 눈물로 나를 씻겨주지 않았고 네 웃음이 내 품에서 장미처럼 피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눈물은 쉽게 마르고 장미는 지는 날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너를 잃은 것을 너는 모른다, 그것은 나와 내 안의 잃음이다 그것은 다만...... (2013 년 가을 설악산 12선녀탕 계곡에서) 믿음이흔들리거나, 사라졌다면 잃은 것 아닐까... 만남은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었는데, 그 믿음이 꺾였을 때 말이다. "네 눈물로 나를 씻겨주지 않았고 네 웃음이 내 품에서 장미처럼 피지도 않았다"라고 한 걸 보면, 기대와 많은 의지가 있었으리라 그래서 고독하고,,,, 그는 내가 버린 것을 모르고 살으니 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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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을 열면서,,,,,삶 2013. 11. 1. 08:12
안개가 자욱한 아침입니다 가을도 이제는 농익어갑니다 만추의 아름다움과 낭만, 1년의 마무리가 함께 하는 11월 건강하게 열어 가세요 행복하세요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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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아버지 마음)삶 2013. 6. 2. 21:48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