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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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서설 / 문병란삶 2022. 9. 5. 22:15
인연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 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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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주기를 지나면서산 2022. 5. 23. 08:15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 / 오정국 섣불리 손댈 수 없는 얼굴 이마에 재를 바르고 이마에 재를 바른 손가락을 헤아려 본다 거기에 매달렸던 기도와 눈물을 나는 재의 얼굴로 거리를 지나간다 재의 얼굴은 사막 여행자 같다 양의 귀에 내 죄를 속삭이고 칼자루에 힘을 줬던 벌판, 수천 겹의 밤길을 헤쳐 온 낡고 거친 이마를 씻고 문지르지만 재의 얼굴은 무심하다 재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는다 나는 재의 얼굴로 나를 지나간다 눈구멍을 움막처럼 열어 둔 채 벙거지 하나 걸치고 매일매일 딴 세상으로 떨어지는 태양을 애도하면서 나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분, 삶의 역동적인 움직임, 부존재에서 찾아오는 공허함을 깊이 느낌니다 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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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못한 길 / 김윤진산 2022. 5. 18. 07:00
가지 못한 길 / 김윤진 가지 못한 한 갈피 접었지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한 걸음 나아본다 깊은 명상 속에서 해후하고도 미련은 미련대로 아름다웠다 하자 생각마저도 야속한 죄가 된다면 또 다른 운명이라 다가오는 건 어쩌리 가고 싶은 한 길 못 갔지만 생각은 앞서 산 정상에 다다른다 오르막길을 가지 못한 나약한 이기심이 바닥을 기는 자괴감으로 사지의 힘을 나직나직 떨어뜨린다 지레 놓아버린 인연은 하늘로 흩어졌다 멀리, 갈망조차 할 수 없이 아주 멀리 그래서 그만 자리에 눕고 말았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 큰 아품을 기억해야 하는 날 입니다 시끄럽고, 부산하지만,,,, 묵묵히 함께 살아온 사람들! 앞으로 전진하는 오늘이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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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 김지하삶 2017. 1. 2. 22:00
아내에게 / 김지하 내가 뒤늦게 나무를 사랑하는 건 깨달아서가 아니다 외로워서다 외로움은 병 병은 병균을 보는 현미경 오해다 내가 뒤 뒤늦게 당신을 사랑하는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깨달아서다 사람은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본 것을 닮는다 내가 죽을 때 바다를 닮은 얼굴이 되어 있다면 좋겠으나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최소한 빈 술병이라도 닮기를 희망한다 --- 내 술상의 위의 자산어보 중에--- 묵혀놨던 사진 입니다 오늘은 누가, 저도 많이 아픕니다 가을날에 추억으로 일어나십시요 시린 가슴을 도솔천에 맡겼던 추억이 그립습니다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가을 때문이라고,,,, 후회는 더 사랑하지 못하는데서 온답니다 오늘은 새해 첫날, 첫키스처럼 영혼에 기대어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