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남지 연꽃 6

길은 내가 홀로 흐르는 꿈 / 고재종

길은 내가 홀로 흐르는 꿈 / 고재종 나뭇잎이 일렁이고 떨어졌지만 조금은 울지 않고 무저갱을 밟아왔다 휘파람새의 휘파람을 좇아가면 눈앞 가득 떠오르던 빨주노초파남보 애면글면 다가가는 꽃밭보다는 일껏 은산철벽 숲에 갇히곤 하는 길 자줏빛이라고나 할까 흔하디흔한 장미 한 송이도 없이 지상의 그 무엇과도 바꾸지 못한 고단과 남루의 쓰라린 빛이라면 그 빛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고 길은 언제나 나를 불러내선 내가 홀로 있는 부처를 보여주었다 닿지 못한 사랑을 그리워하거나 여벌의 쓸쓸함을 헤아릴 묵주도 없이 머무를 수 없는 운명을 지닌 강물에 목을 적시는 건 나는 나를 흐르는 길이기 때문, 후회도 광채도 없는 발길로 불구의 오늘은 적막의 꿈을 밟는다 소주를 마시는데 갑자기 슬펐습니다 마주앉은 지인이 하품을 그만하랍..

2020.08.13

그대에게 자운영 꽃반지를 / 정일근

그대에게 자운영 꽃반지를 / 정일근 그대 잠든 새벽길 걸어 자운영 꽃을 보러 갔습니다. 은현리 새벽길 아직 꽃들도 잠깨지 않은 시간 입 꼭 다문 봄꽃들을 지나 자운영 꽃을 보러 갔습니다. 풀들은 이슬을 달고 빛나고 이슬 속에는 새벽이 빛났습니다. 붉은 해가 은현리를 밝히는 아침에 그대에게 꽃반지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자운영 붉은 꽃반지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사랑의 맹세를 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그대 앞에 가슴 뛰는 소년이 되어 그대 고운 손가락에 자운영 꽃반지를 묶어주며 다시 사랑을 약속하고 싶었습니다. 내게 자운영 꽃처럼 아름다운 그대 늘 젖어있어 미안한 그대 손등에 내 생애 가장 뜨거운 입을 맞추며. 이른 새벽 이슬 밟으며,,,, 붉은 자운영 꽃반지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2017.06.13

부여 궁남지의 추억!

부여 궁남지에 다녀온지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미루다가 이제서 올립니다 매년 축제를 전후해서 방문하는데, 계절별로 다른 모습을 연출하는 궁남지가 아름답습니다 찬란한 백제문화를 상상하면서 거닐면 행복합니다 늘어진 버드나무와 분수, 정자가 멋집니다 드넓은 연꽃밭 중간 중간에 정자가 있어서 쉬면서 관람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던 축제입니다 고풍스런 백제인 나타나서 깜놀? 서동왕자의 설화를 재현한듯 합니다 연꽃 사진을 담아 보았습니다 수련을 담아 보았습니다 금년에는 카누체험정도 개설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의 멋진 망중한! 사랑을 묻거든 / 김재진 사랑을 묻거든 없다고 해라 내 안에 있어 줄어들지 않는 사랑은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이니 누가 사랑했냐고 묻거든 모르겠다고 해라 아파할 일도 없으며 힘들어할 일도 없으니 ..

2016.08.03

7월의 시 / 이해인

7월의 시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랗게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것일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되십시오 (부여 궁남지 연꽃)

2016.06.30

사랑의 우화 / 이정하

사랑의 우화 / 이정하 내 사랑은 소나기였으나 당신의 사랑은 가랑비였습니다. 내 사랑은 폭풍이었으나 당신의 사랑은 산들바람이었습니다. 그땐 몰랐었지요. 한때의 소나긴 피하면 되나 가랑비는 피할 수 없음을. 한때의 폭풍이야 비켜 가면 그뿐 산들바람은 비켜 갈 수 없음을. 사랑의 우화2 / 이정하 바다로 흘러 들어가던 강은 곧 실망했습니다. 자신은 전부를 내던졌는데 막상 바다에 닿고 보니 극히 일부분밖에 채울 수가 없는 게 아닙니까. 그래도 강은 따스했습니다. 멀고 험한 길 달려온 뒤 고단한 몸 누일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는 나의 전부인데, 왜 나는 너의 일부분밖에 안 되는지 따지는 사람은 바다를 보되 파도밖에 못 보는 사람입니다. 그 안에 편히 잠들어 있는 강물은 보려야 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201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