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내가 홀로 흐르는 꿈 / 고재종 나뭇잎이 일렁이고 떨어졌지만 조금은 울지 않고 무저갱을 밟아왔다 휘파람새의 휘파람을 좇아가면 눈앞 가득 떠오르던 빨주노초파남보 애면글면 다가가는 꽃밭보다는 일껏 은산철벽 숲에 갇히곤 하는 길 자줏빛이라고나 할까 흔하디흔한 장미 한 송이도 없이 지상의 그 무엇과도 바꾸지 못한 고단과 남루의 쓰라린 빛이라면 그 빛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고 길은 언제나 나를 불러내선 내가 홀로 있는 부처를 보여주었다 닿지 못한 사랑을 그리워하거나 여벌의 쓸쓸함을 헤아릴 묵주도 없이 머무를 수 없는 운명을 지닌 강물에 목을 적시는 건 나는 나를 흐르는 길이기 때문, 후회도 광채도 없는 발길로 불구의 오늘은 적막의 꿈을 밟는다 소주를 마시는데 갑자기 슬펐습니다 마주앉은 지인이 하품을 그만하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