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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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정희산 2021. 10. 23. 16:08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정희 고요하여라 너를 내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는 출근 버스 속에서도 추운이들 곁에 따뜻한 차 한잔 끓이는 것이 보이고 울렁거려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여수 앞바다 오동도쯤에서 춘설속에 적동백 화드득 화드득 툭 터지는 소리 들리고 눈물겨워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중국 산동성에서 날아온 제비들 쓸쓸한 처마, 폐허의 처마밑에 자유의 둥지 사랑의 둥지 부드러운 혁명의 둥지 하나둘 트인 것 이 보이고. 가을 마지막 절기인 상강이 오늘이니, 끝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짧은 가을 시간을 잘 경영하여 더욱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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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날의 연가 / 고정희삶 2020. 12. 7. 08:21
쓸쓸한 날의 연가 / 고정희 내 흉곽에 외로움의 지도 한 장 그리는 날이면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지를 쓰네 갈비뼈에 철썩이는 그리움으로 그대 간절하다 새벽 편지를 쓰고 허파에 숭숭한 외로움으로는 그대 그립다 안부 편지를 쓰고 간에 들고 나는 외로움으로는 그대 기다린다 저녁 편지를 쓰며 때론 비유법으로 혹은 직설법으로 그대 사랑해 꽃도장을 찍은 뒤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부치며 비오는 날은 비오는 소리 편에 바람 부는 날은 바람 부는 소리, 편에 아침에 부치고 저녁에도 부치며 아아 그때마다 누가 보냈을까 이 세상 지나가는 기차표 한 장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네 슬픔이 가라앉는 날도 찬바람 부는 바다에 가면 더,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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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쓰네 / 고정희삶 2017. 7. 10. 18:06
하늘에 쓰네 / 고정희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 가슴속 천봉에 눈물 젖는 사람이여 억조창생 물굽이에 달뜨는 사람이여 끝남이 없으니 시작도 없는 곳 시작이 없으니 멈춤 또한 없는곳, 수련꽃만 희게 희게 흔들리는 연못가에 오늘은 봉래산 학수레 날아와 하늘 난간에 적상포 걸어놓고 달나라 광한전 죽지사 열두 대의 비파에 실으니 천산의 매화향이 이와 같으랴 수묵색 그리움 만리를 적시도다 만리에 서린 사랑 오악을 감싸도다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동트는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