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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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 / 허소라산 2023. 2. 20. 03:44
이 풍진 세상 / 허소라 우리가 굳이 떠밀지 않아도 겨울이 떠나고 우리가 굳이 손짓하지 않아도 봄은 이렇게 절룩이며 오는데 개나리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는데 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구경꾼은 없더라 팔짱 낀 구경꾼은 없더라 지난 폭설이나 산불에도 온전히 죽지 못하고 썩지 못한 것들 마침표 없이 출렁이는 저 파도 속에 비로소 그 큰 눈을 감는데 아무도 구경꾼은 없더라 그때 우는 모두는 아우성이었으므로, 그 속의 골리앗이었으므로. 어제는 고향집에 가서, 어릴적에 놀던 실개천 뚝으로 산책을,,,, 많은 사람이 다니고, 경작하던 곳이 수풀이 무성하여 조금은 난감했다 길가의 큰 장송도 고목이 되어 썩어지며, 흙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 이곳에도 놀라운 기적이 선물처럼 찾아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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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고목 / 정민기산 2021. 6. 15. 21:32
느티나무 고목 / 정민기 폐점한 지 오랜 세월이 강물처럼 흐른 마을 앞 느티나무 고목을 지나간다 저녁 어스름이 내리고 하늘에 비친 달 점점 밝아진다 이 상점은 수많은 사람 오가는 것을 보았을 테지만 사랑에 넋 놓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은 아마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떠나가는 그림자는 짙어지고 하늘 벌판에는 별자리가 트랙을 달린다 추억은 하루아침에 머나먼 밤을 향하고 내 눈물은 바이올린을 켜듯 볼을 흘러내리며 저녁을 연주한다 무량사 지나는 길에 서서, 삶의 외로움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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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류시화산 2019. 10. 30. 15:47
나무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습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습니다. 내 집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습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대승령 찬바람이 좋다 가슴 속까지 뻥뚫리는 시원함이 좋다 벌거벗은 나목을 금년에도 찿는다 1년,,,, 지난 태풍에도 건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