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별미
-
돌아온 가을 전어!음식 2014. 8. 20. 23:32
가을 전어 / 정일근 시인이여, 저무는 가을 바다로 가서 전어나 듬뿍 썰어달라 하자 잔뼈를 넣어 듬성듬성한 크기로 썰어달라 하자 바다는 떼지어 헤엄치는 전어들로 하여 푸른 은빛으로 빛나고 그 바다를 그냥 떠와서 풀어놓으면 푸드득거리는 은빛 전어들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을을 어찌하지 못해 속살 불그스레 익어 제 몸속 가득 서 말의 깨를 담고 찾아올 것이니 조선 콩 된장에 푹 찍어 가을 바다를 즐기자 제철을 아는 것들만이 아름다운 맛이 되고 약이 되느니 가을 햇살에 뭍에서는 대추가 달게 익어 약이 되고 바다에서는 전어가 고소하게 익어 맛이 된다 사람의 몸속에서도 가을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법이니 그 빈자리에 가을 전어의 탄력있는 속살을 채우자 맑은 소주 몇 잔으로 우리의 저녁은 도도해질 수 있으니 밤이 깊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