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이야기

네가 가던 그 날은 / 김춘수

농돌이 2015. 2. 23. 00:41

네가 가던 그 날은  / 김춘수

네가 가던 그 날은
나의 가슴이
가녀린 풀잎처럼 설레이었다

하늘은 그린 듯이 더욱 푸르고
네가 가던 그 날은
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었다

구름이 졸고 있는
산마루에
단풍잎 발갛게 타며 있었다

네가 가던 그 날은
나의 가슴이
부질없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