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시 모음

농돌이 2015. 4. 7. 18:28

비가 내리는 저녁에 꽃들의 향연을 즐겼습니다

저는 비맞은 꽃을 좋아합니다

정연복 시인의 꽃에 관한 시를 올려봅니다

 벚꽃의 열반 / 정연복

꽤나 오래 심술궂던
꽃샘추위의 눈물인가

미안한 듯 서러운 듯
살금살금 내리는 봄비 속에

이제야 피었나 싶더니
어느새 총총 떠나는

아기 손톱 같은
벚꽃들

한 잎 두 잎
보도(步道)에 몸을 뉘여

오가는 이들의
황홀한 꽃길이나 되어 주며

말없이 점점이  
열반(涅槃)에 들어

세상 한 모퉁이
환히 밝히고 있다.

행여 그 꽃잎 밟을까봐
조심조심 걸었네

부러워라
부러워라

뭇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서도 가만히 웃는

저 작고 여린 것들의
순결한 마침표

 

진달래 / 정연복

삼월의 마지막 날
으스름 저녁

꽃샘추위
아직도 매서운데

야트막해도 곳곳에
바위들이 카펫처럼 깔린

투박한 길을 따라
아차산에 올랐다

산의 여기저기
몇 그루씩 무리 지어

어느 틈에 만발한
진달래꽃은

저 먼 옛날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이
환생한 것인가

진분홍
그 고운 빛깔로

봄의 도래를 알리는
저 핏빛 아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