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이형기

농돌이 2019. 5. 4. 18:29

호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했던 청춘이
어느덧 잎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는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가는 바람에도
불고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잠잠해 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다시 봄, 그리고 뱀사골에 왔습니다

더 행복하거나, 더 부자가 되거나, 더 나아진 것은 없지만 삶에서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물소리에 가슴 깊은 곳 찌꺼기를 흘려보내며,

고통이 임계점을넘을 때 스스로 치유되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 안에 안락함을 넘어야지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