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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
    2015. 6. 2. 22:03

    너에게/김남조

     

    아슴한 어느 옛날
    겁을 달리하는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알뜰한
    내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아비의 피 묻은 늑골에서
    백년해로의 지어미를 빚으셨다는
    성서의 이야기는
    너와 나의 옛 사연이나 아니었을까
    풋풋하고 건강한 원시의 숲
    찬연한 원색의 칠범벅이 속에서
    아침 햇살마냥 피어나던
    우리들 사랑이나 아니었을까

    불러도 불러도 아쉬움은 남느니
    나날이 샘솟는 그리움이라 이는
    그 날의 마음 그대로인지 모른다

    빈 방 차가운 창가에
    지금이사 너없이 살아가는
    나이건만

    아슴한 어느 훗 날에
    가물거리는 보라빛 기류 같이
    곱고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다시금 남김 없는
    내 사랑일지도 모른다
     

    (용봉산 쉰질 바위 아래서 훔치다)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살에는/이외수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살에는
    선잠결에 스쳐가는
    실낱같은 그리움도
    어느새 등넝쿨처럼 내 몸을 휘감아서
    몸살이 되더라
    몸살이 되더라

    떠나 보낸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세상은 왜 그리 텅 비어 있었을까

    날마다 하늘 가득
    황사 바람
    목메이는 울음소리로
    불어나고
    나는 유지처럼 부질없이
    거리를 떠돌았어
    사무치는 외로움도 칼날이었어

    밤이면 일기장에 푸른 잉크로
    살아온 날의 숫자만큼
    사랑이라는 단어를 채워넣고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싶더라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싶더라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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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