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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 - 송구영신외 -
    2013. 12. 30. 09:30

     

     

     송구영신(送舊迎新)


    내 가슴에
    손가락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못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비를 뿌리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한평생 그들을 미워하며 사는 일이 괴로웠으나
    이제는 내 가슴에 똥을 누고 가는 저 새들이
    그 얼마나 아름다우냐.


    - 정호승의《내 가슴에》중에서 -

     
          첫눈 오는날 만나자 /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이별노래- 정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미안하다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새벽편지 - 정호승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홀로 남아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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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