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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화상 / 유안진
    2020. 5. 19. 02:41

    자화상 / 유안진

    한 오십 년 살고 보니
    나는, 나는 구름에 딸이요 바람에 연인이라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 밤중
    뒤뜰 언 밭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에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 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 볼 뿐 대책 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수록 새우젖갈 맛 나듯이
    때 얼룩에 쩔을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여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워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갈 때 까지 갔다가는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만한 곳이며
    떠돌고 흐르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는 흐르는 구름에 딸이요,
    떠도는 바람에 연인이라.

    예년이면 설악산 입산통제가 풀리고 털진달래가 가득할 즈음입니다

    6월이 되어야 가능한 상황입니다

     

    욕심만 무겁게 지고,

    그리움의 날깨를 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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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