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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서산 억새풀!
    2017. 9. 5. 21:25

    억새풀 / 도종환

     

    당신이 떠나실 때

    내 가슴을 덮었던 저녁 하늘
    당신이 떠나신 뒤

    내 가슴에 쌓이는 흙 한 삽
    떠나간 마음들은

    이런 저녁 어디에 깃듭니까
    떠도는 넋처럼 가~으내

    자늑자늑 흔들리는 억새풀

    ( 오서산 억새풀 현황 2017,09,03)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날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중에서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벚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모든 것은 가고, 모든 것은 되돌아 온다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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