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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사화 만개한 선운사 여행
    카테고리 없음 2021. 9. 25. 09:56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아침에 일어나서, 아니면,

    일상의 무료함에 변화를 주려할 때

    우리는 커피를 한 잔 마십니다

    맛으로 먹는지는 모르나,  저는 향과 멋(가오)으로 먹습니다 

     

    상사화가 향기가 있는 것도 아니건만,

    이 가을 무렵이면,

    나의 발길을 잡아 끌어댑니다

     

    사람을 피하려,

    늦은 저녁 무렵에 도착,

    선운사에서 가을이란 상상력을 피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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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