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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읽는 시 -이해인 수녀님 -
    2014. 3. 2. 09:00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결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
    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
    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
    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
    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봄 편지 /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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