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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의 한라산 눈꽃을 즐기며(1)
    2017. 3. 12. 13:03

    2월 25일 당일치기로 다녀온 한라산 입니다

    새벽 3시에 김포로 가는 것으로 시작된 일정은 저녁 10시 끝이 났지만  명절, 제사, 생일 등을

    치르며, 고생한 저의 동행과 함께 했던 추억입니다

    폭설경보가 있어 연기했던 산행은 다음 주에 폭우로 이저져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눈꽃이 모두 녹아 내릴 것 같은 생각으로,,, 포기하고 갔던 산행이지만 행복한 눈 세상을

    선물받았습니다.

     

    영실에 도착하니 08:30, 준비하고 산행 시작 09:00

     

    습한 공기가 상고대를 만들었습니다

    발걸음이 바빠집니다

     

     

     

     

    눈꽃이 피었습니다

     

    능선 아래로 멋진 눈꽃세상이 펼쳐집니다

     

     

     

     

     

     

     

     

    조금 올라오니 계단에도 눈이 조금은 있습니다 ㅎㅎ

    흐렸다가 개는 기상변화가 계속되어서  사진은 좀 별로?

    바람결로 얼어붙은 눈!

     

     

     

     

     

    하늘이 개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라서면 백록담을 넘어온 태양이 밝게 맞이할 듯합니다

     

     

     

     

    역광과 눈꽃,,, 엷은 운해가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어마시기만 해도. 

    시인의 노래처럼,,,

    오늘도 감사함으로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역광이 비추는 눈꽃!

     

    길 아래로 펼쳐진 멋진 세상!

     

     

     

    삼월에 내리는 눈/ 이문재

    봄눈은 할 말이 많은 것이다
    지금 봄의 문전에 흩날리는 눈발은
    빗방울이 되어 떨어질 줄 알았던 것이다
    전속력으로 내리 꽂히고 싶었던 것이다

    봄눈은 이런 식으로
    꽃눈을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땅의 지붕이란 지붕을 모두 난타하며
    오래된 숲의 정수리들을 힘껏 두드리며
    봄을 기다려온 모든 추위와 허기와
    기다림과 두려움과 설렘 속으로
    흔쾌하게 진입하고 싶었던 것이다
    모든 꽃눈을 흥건히 적시고 싶었던 것이다

    지상에서 지상으로 난분분
    난분분하는 봄눈은
    난데없이 피어난 눈꽃이다
    영문도 모른 채 빗방울의 꽃이 된 것이다

    꽃잎처럼 팔랑거리며
    선뜻 착지하지 못하는 봄눈은
    아니 비의 꽃은 억울해 너무 억울해서
    쌩한 꽃샘바람에 편승하는 것이다
    비의 꽃은 지금 꽃을 제 안으로 삼키고
    우박처럼 단단해지려는 것이다 

     

     

     

     

     

    아내라는 이름은 천리향 / 손택수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 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네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 진한 향기만큼
    아득한 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지
    얼마나 아득했으면
    이토록 진한 향기를 가졌겠는가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것은
    살을 부비면서도
    건너갈 수 없는 거리가
    어디나 있다는 거지
    허나 네가 갸륵한 것은
    연애 적부터 궁지에 몰리면 하던 버릇
    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속아 주며
    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
    등을 맞댄 천리 너머
    꽃망울 터지는 소리 엿듣는 밤
    너 서럽고 갸륵한 천리향아

     

    절벽 위에 핀 꽃!

     

     

    항공기 시간을 맞추려고 천천히 걸어봅니다

    동행과 사진도, 이야기도 나누고 지나는 이들보 봅니다

    계단길은 다 올라왔습니다

    하늘도 맑아졌구요

     

     

    멋집니다

    조금 햇살이 더 맑아지기를,,,,!

     

     

    눈사탕이 되어서 매달렸습니다

     

    멋진 산행로,,,!

    눈꽃과 조릿대의 색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같은 시간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와 비슷합니다

     

     

    덕유산과는 또다른 느낌의 겨울 풍경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숲은 때로는 강력한 메세지를 줍니다. 그중에도

    삶에 대한 재생의 힘을 줍니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거리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이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이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커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라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음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들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은 손 하나 오고 있거니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햇볕에 따라서 조금은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모든 시작은,  결국, 계속이고, 또 시작이다

     

    언젠가는 깨어질지 모르는 여행가방을 챙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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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