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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2015. 6. 26. 23:33

     사랑 / 정호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 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 걸고
    기다림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는 결국 침묵을 깨뜨리는 침묵
    아무리 걸어가도 끝없는 새벽길
    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산
    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던 사막의 마지막 별빛
    언젠가 내 가슴 속 봄날에 피었던 흰 냉이꽃.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읺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읺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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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