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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속의 가을 / 최영미​
    2021. 9. 25. 20:40

    내 속의 가을 / 최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낡은 초상들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5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루미늄 새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가-을

    오늘은 이른 새벽에 저수지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복잡한 시간이 얽혀서 돌아가지만,

    결론은 시간의 길을 따라 여행을 합니다

     

    혼자 살 수는 없는 세상이지만,

    자연스레 스며드는 가을은 엊찌 할 수 가 없습니다

     

    가을 여정이 아주 어릴적 느낌으로 다가오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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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