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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나이 가을에 서서 / 이해인
    2021. 9. 22. 22:10

    내 나이 가을에 서서 / 이해인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 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마저 옅어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 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

     

    오늘은 고향집 앞 논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은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배움입니다

    농민의 수고와 신의 섭리를 느끼고 돌아와 일상을 준비합니다

     

    내일부터는 커피를 잔에 담아서 드셔보세요

    가을엔 존귀한 우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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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