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2020. 5. 4. 19:53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 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한 짝 놓아 주었다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60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https://youtu.be/4J7oqSnWafI

    우리 삶에서 감성의 불씨마저 끄지 말기를 바랍니다

    딱 소주 한병 하고 싶습니다

    먹지 말라니 더 그립습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한 달만 살자,,,

     

    박지수 시인의 낭송이 더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그리움은 언제나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과 육체 / 이향아  (19) 2020.05.06
    오늘은 어린이 날, 축하드립니다  (21) 2020.05.05
    고창 청보리 밭  (36) 2020.04.30
    여름엽서 / 이외수  (17) 2020.04.26
    낮은 목소리로 / 김후란  (14) 2020.04.23

    댓글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