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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에 읽는 시!
    2016. 9. 30. 23:36

    10월엽서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께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께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없이 부칠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10월의 시 /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10월의 시 / 이재호

     

    왜 그런지 모르지만

    외로움을 느낀다.

    가을비는 싫다.

    새파랗게 달빛이라도 쏟아지면

    나는 쓸쓸한 느낌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낙엽이 떨어진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도 없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또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잃어버린 것도 없이 허전하기만 한 것은

    군밤이나 은행을 굽는 냄새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얼마나 가난한가.

    나는 왜 살부빔이 그리운가.

    사랑이란 말은

    왜 나에게 따뜻하지 않은가.

    바람이 분다.

    춥다.

    옷깃을 여민다.

    내 등뒤에는 등을 돌리고 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울음처럼 들린다.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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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