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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가시나무가 살랑이는 청산수목원
    2021. 4. 24. 10:42

    신록예찬 / 이양하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自然)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惠澤)에는 제한(制限)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豊盛)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時節)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明朗)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驚異)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綠陰)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香氣)로운 바람 ― 우리가 비록 빈한(貧寒)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期待)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瞬間)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오늘도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우리 연전(延專) 일대(一帶)를 덮은 신록(新綠)은 어제보다도 한층 더 깨끗하고 신선(新鮮)하고 생기(生氣) 있는 듯하다.

    나는 오늘도 나의 문법 시간(文法時間)이 끝나자, 큰 무거운 짐이나 벗어 놓은 듯이 옷을 훨훨 떨며, 본관(本館) 서쪽 숲 사이에 있는 나의 자리를 찾아 올라간다.

     

    나의 자리래야 솔밭 사이에 있는 겨우 걸터앉을 만한 조그마한 소나무 그루터기에 지나지 못하지마는, 오고가는 여러 동료(同僚)가 나의 자리라고 명명(命名)하여 주고, 또 나 자신도 하루 동안에 가장 기쁜 시간을 이 자리에서 가질 수 있으므로, 시간의 여유(餘裕)가 있을 때마다 나는 한 특권(特權)이나 차지하는 듯이, 이 자리를 찾아 올라와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물론, 나에게 멀리 군속(群俗)을 떠나 고고(孤高)한 가운데 처하기를 원하는 선골(仙骨)이 있다거나, 또는 나의 성미(性味)가 남달리 괴팍하여 사람을 싫어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역시 사람 사이에 처하기를 즐거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갑남을녀(甲男乙女)의 하나요, 또 사람이란 모든 결점(缺點)이 있음에도 불구(不拘)하고, 역시 가장 아름다운 존재(存在)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사람으로서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사람 사이에 살고, 사람 사이에서 울고 웃고 부대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때 ― 푸른 하늘과 찬란(燦爛)한 태양(太陽)이 있고, 황홀(恍惚)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는 이 때, 기쁨의 속삭임이 하늘과 땅,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 사이에 은밀(隱密)히 수수(授受)되고, 그들의 기쁨의 노래가 금시라도 우렁차게 터져 나와, 산과 들을 흔들 듯한 이러한 때를 당하면, 나는 곁에 비록 친한 동무가 있고, 그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할지라도, 이러한 자연에 곁눈을 팔지 않을 수 없으며, 그의 기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아니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사람이란 ― 세속(世俗)에 얽매여,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주머니의 돈을 세고, 지위(地位)를 생각하고, 명예(名譽)를 생각하는 데 여념(餘念)이 없거나, 또는 오욕 칠정(五慾七情)에 사로잡혀, 서로 미워하고 시기(猜忌)하고 질투(嫉妬)하고 싸우는 데 마음에 영일(寧日)을 가지지 못하는 우리 사람이란, 어떻게 비소(卑小)하고 어떻게 저속(低俗)한 것인지,

    결국은 이 대자연(大自然)의 거룩하고 아름답고 영광(榮光)스러운 조화(調和)를 깨뜨리는 한 오점(汚點) 또는 한 잡음(雜音)밖에 되어 보이지 아니하여, 될 수 있으면 이러한 때를 타서, 잠깐 동안이나마 사람을 떠나, 사람의 일을 잊고, 풀과 나무와 하늘과 바람과 한가지로 숨쉬고 느끼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抑制)할 수가 없다.

     

    그리고 또,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慰安)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 나의 모든 욕망(欲望)과 굴욕(屈辱)과 고통(苦痛)과 곤란(困難)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瞬間),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말하자면,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안전(眼前)에도 신록이다.

    주객일체(主客一體), 물심일여(物心一如)라 할까, 현요(眩耀)하다 할까.

    무념무상(無念無想), 무장무애(無障無礙), 이러한 때 나는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가진 듯이 행복(幸福)스럽고, 또 이러한 때 나에게는 아무런 감각의 혼란(混亂)도 없고, 심정(心情)의 고갈(枯渴)도 없고, 다만 무한(無限)한 풍부(豊富)의 유열(愉悅)과 평화(平和)가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또, 이러한 때에 비로소 나는 모든 오욕(汚辱)과 모든 우울(憂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고, 나의 마음의 모든 상극(相剋)과 갈등(葛藤)을 극복(克服)하고 고양(高揚)하여, 조화 있고 질서(秩序) 있는 세계에까지 높인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러기에, 초록(草綠)에 한하여 나에게는 청탁(淸濁)이 없다.

    가장 연한 것에서 가장 짙은 것에 이르기까지 나는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

    그러나 초록에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나올 때를 신록의 유년(幼年)이라 한다면, 삼복염천(三伏炎天) 아래 울창(鬱蒼)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壯年) 내지 노년(老年)이라 하겠다.

    유년에는 유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장년에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어 취사(取捨)하고 선택(選擇)할 여지(餘地)가 없지마는, 신록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이즈음과 같은 그의 청춘 시대(靑春時代) ― 움 가운데 숨어 있던 잎의 하나하나가 모두 형태를 갖추어 완전한 잎이 되는 동시에, 처음 태양의 세례(洗禮)를 받아 청신(淸新)하고 발랄한 담록(淡綠)을 띠는 시절이라 하겠다.

    이 시대는 신록에 있어서 불행(不幸)히 짧다.

    어떤 나무에 있어서는 혹 이삼 주일을 셀 수 있으나, 어떤 나무에 있어서는 불과 삼사 일이 되지 못하여, 그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지나가 버린다.

     

    그러나 이 짧은 동안의 신록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참으로 비할 데가 없다. 초록이 비록 소박(素朴)하고 겸허(謙虛)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色彩)에도 뒤서지 아니할 것이다.

    예컨대, 이러한 고귀(高貴)한 순간(瞬間)의 단풍(丹楓) 또는 낙엽송(落葉松)을 보라. 그것이 드물다 하면, 이즈음의 도토리, 버들, 또는 임간(林間)에 있는 이름 없는 이 풀 저 풀을 보라

    그의 청신(淸新)한 자색(姿色), 그의 보드라운 감촉(感觸), 그리고 그의 그윽하고 아담(雅淡)한 향훈(香薰), 참으로 놀랄 만한 자연의 극치(極致)의 하나가 아니며, 또 우리가 충심(衷心)으로 찬미(讚美)하고 감사(感謝)를 드릴 만한 자연의 아름다운 혜택(惠澤)의 하나가 아닌가?

    홍가시나무

     

    정원이나 화단에 심어 기르는 상록성 작은키나무이다. 높이 5-8m이다. 잎은 어긋나며 도피침상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좁고 예리한 톱니가 있다. 꽃은 햇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리며 5-6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잎은 넓은 타원형 또는 원형이며 아래쪽에 솜털이 있다. 열매는 타원상 구형이고 지름 5mm쯤이며 10월에 붉게 익는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식재한다. 태국, 미얀마,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관상용 또는 생울타리로 심으며, 목재는 세공재로 쓴다.

     

    상록성 작은키나무이다. 높이 5-8m이다. 잎자루는 길이 10-17cm이다. 잎은 어긋나며 도피침상 타원형으로 길이 5-12cm, 폭 2.5-4.0cm이다. 잎 양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좁고 예리한 톱니가 있다. 잎 앞면은 녹색이고 윤기가 흐르며 뒷면은 황록색이고 주맥이 두드러진다. 턱잎은 침형이고 일찍 떨어진다. 꽃은 햇가지 끝에 지름 7-13cm의 원추꽃차례에 달리며 흰색이다. 꽃받침통은 짧은 도원추형이다. 꽃받침잎은 삼각형이다. 꽃잎은 넓은 타원형 또는 원형이며 아래쪽에 솜털이 있다. 수술은 20개다. 암술대는 2개이며 아랫부분이 맞붙어 있고 흰털이 있다. 열매는 타원상 구형이고 지름 5mm쯤이며 붉게 익는다. (출처 :다음백과)

    꽃이 져 가는 4월말, 연두색 신록으로 채워갑니다

    싱그러움이 경이롭게도 생명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들고서 Love Letter's  in the Sand(모래 위에 새긴 사랑의 편지)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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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