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 /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힌 눈과 칼바람이 함께 했던 덕유산,
구름이 있고,
파아란 하늘이 있고,
부질없는 그리움이 있었다
옹색하지만, 떠나가는 겨울이 아쉽다
모든 것이 훌쩍 지나간 이 겨울이
시골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느낌이 든다
남는 것도 없으니, 모자람도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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