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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2023. 2. 22. 21:31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 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친구가 희말리아 트래킹에서 보내준 사진)

    녋게 살펴보며, 깊게 사유하는 삶을 소망합니다

    4년의 생활을 평가받는 오늘,

    어깨에 드리운 무게에 소주를 가지고는 벗을 수가 없었습니다

     

    함께, 같이 동행해준 가족들께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렵니다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믿고,  희망으로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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