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이정하삶 2014. 11. 14. 21:11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이정하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오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도 저 선운사 감처럼 익을 수 있을까? 다시, 삶을 방범은 모르지만 최고의 선을 지향할 수 있을까? 한 고개를 넘으면 더 큰 고개가 이어지는 삶 오늘 밤, 아파트 가로수를 붙접고..
-
희망의 바깥은 없다/ 도종환삶 2014. 11. 13. 21:44
희망의 바깥은 없다/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도솔천에 다녀왔지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합니다 긍정에 전진 기어를 넣고싶습니다
-
가을 전송 / 공석진삶 2014. 11. 12. 08:30
가을 전송 / 공석진 가을을 전송합니다 화려함 남겨두고 빛바랜 옛 추억을 나들길로 보냅니다 고독을 만끽하세요 위태로운 정이 매달린 험한 비탈 위 정처없는 낙엽으로 이별을 강요하신다면 수신을 거절하렵니다 발신자도 없는 이름뿐인 천사 언제든 떠나려는 배낭 짊어진 당신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양지바른 논둑에 누워 아릿하게 남아있는 바람꽃 향기를 추억하렵니다 제주에서 2일 동안 조직의 경영자 회의가 있어서 방을 비웁니다 오가시는 이, 집 잘 지켜주세요 분주한 일상에서 떠나는 업무이지만, 여행이겠지요 가을을 보내고 오겠습니다 수요일에는 한라산을 좀 뵈러가려고 합니다만, 비가 내린답니다 겨울 페딩에, 고어텍스에 한 가방 싸고나니 무겁습니다 감사합니다
-
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 권천학삶 2014. 11. 9. 17:58
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 권천학 전화를 건다 빈 집, 빈 방, 도시의 빈 가슴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정좌한 어둠이 진저리를 친다 화들짝 놀라 깬 침묵이 수화기를 노려본다 거미의 파리한 손가락이 뻗어나와 벽과 벽 사이 공허의 모르쓰 부호를 타전해온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 뻐마디를 일으켜 세운 어둠이 싸늘한 바람을 몰고 온다 구석진 한 귀퉁이에 겨우 발붙이고 있는 체온을 딸깍 꺼버린다. 가느다란 신경줄 하나 수화기 옆에 오똑 웅크리고 앉아 오로지 듣고 있다. 침묵의 제 발자국 소리를 공허의 빈 들판에서 우롱, 우롱, 우롱…… 소용돌이치는 죽음 같은 절망 절망 같은 죽음을 쓸고 오는 허무의 바람 소리를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는 적막의 물살에 부딪쳐 미끄러지는 벨 소리 빈 집, 빈 ..
-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 최영미삶 2014. 11. 7. 08:00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 최영미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창자를 뒤집어 보여줘야 하나, 나도 너처럼 썩었다고 적당히 시커멓고 적당히 순결하다고 버티어온 세월의 굽이만큼 마디마디 꼬여 있다고 그러나 심장 한귀퉁이는 제법 시퍼렇게 뛰고 있다고 동맥에서 흐르는 피만큼은 세상 모르게 깨끗하다고 은근히 힘을 줘서 이야기해야 하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나도 충분히 부끄러워 할 줄 안다고 그때마다 믿어달라고, 네 손을 내 가슴에 얹어줘야 하나 내게 일어난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두 팔과 두 다리는 악마처럼 튼튼하다고 그처럼 여러번 곱씹은 치욕과, 치욕 뒤의 입가심 같은 위로와 자위끝의 허망한 한 모금 니코틴의 깊은 맛을 어떻게 너에게 말해야 하나 양치질할 때마다 곰삭은 가래를 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