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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류시화 시집에서 -산 2014. 3. 8. 23:37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 만일 단지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 이 생에서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을 찿아보리라 그리고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확실히 말하리라 덜 후회하고 더 행동하리라 또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두 불러 봐야지 아, 나는 춤을 추리라 나는 밤새도록 춤을 추리라 하늘을 많이 바라보고 따뜻한 햇빛을 받으리라 밤에는 달과 별을 많이 처다보리라 그 다음에는 옷, 책, 물건, 내가 가진 사소한 모든 것들에 작별을 해야겠지 그리고 나는 삶에 커다란 선물을 준 대자연에게 감사하리라 그대 품에 잘들며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게곡에는 아직도 눈과 얼음이 가득하고, 등산로도 구간구간 얼음길입니다 자연의 위대한 힘은 어찌 할 수 없는 것! 계곡에 봄이 옵니다 얼음 아래로 물이 힘차게 흐르고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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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하나, 꽃 한송이-신경림 -산 2014. 3. 1. 21:43
돌 하나, 꽃 한송이 / 신경림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 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 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 버려진 광산촌에서 종로의 주모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 하찮은 도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화려한 꽃으로 피여른 욕망 사이에 그 경계에 인생이 있다 그것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고, 성스러움과 속됨의 갈등이기도 할 것이다 : 안도현 시인) 남부지방은 봄비가 내린답니다 곧 꽃소식으로 가득한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행복한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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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길-정호승-산 2014. 2. 28. 20:43
봄 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삶을 누구나 꿈을 꿈니다 그리고 각광을 받는 자리도 좋아하죠! 갈길은 그것이 아닌데,,,, 전 오늘 제 마음속에 있는 말을 했습니다 3월을 기다려 보렵니다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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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기형도산 2014. 2. 27. 23:03
안개/ 기형도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 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 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