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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더듬이의 기도/ 류시화
    2022. 8. 23. 20:58

    말더듬이의 기도/ 류시화

     

    너는 왜 절실히 기도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무릎 꿇는 일에 서툴렀으나

    내 귀에만 들리는 희망과

    절망의 혼잣말이 나의 기도라고

    세상의 어휘가 내겐 조금 부족할 뿐이라고

    너는 왜 참회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고행승처럼은 아니지만

    박하풀 돌에 찧으면 향이 나듯이

    후회와 반성의 돌쩌귀에 찧인

    손등이 나의 참회라고

    너는 왜 아픈 곳 제때 치료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마음 데인 자리 아물기 기다리느라

    남보다 조금 오래 걸렸을 뿐이라고

    너는 언제 피어날 것이냐고 물으면

    어떻게든 살아 있음이 나의 꽃이라고

    내 어둡고 환한 이마 보라고

    걸음이 더뎌 가끔 봄을 놓칠 뿐이라고

    너는 벽에 부딪쳐 어떤 문 내었느냐고 물으면

    더듬어 간 방향이 나의 문이었다고

    나를 길 잃게 한 것은 어둠이 아니라

    빛이었다고

    다만 생각이 많아 안에서 잠겨 있었을 뿐이라고

    이것이 한 생을 건넌 내 점자 같은 기도라고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묻습니다

     

    이른 새벽 지리산 길에서 두 구도자께서 걷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니까 생기는 문제들,,,,

    누구에게나 삶의 목표는  삶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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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