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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붙잡을 수 없는 것들 /천양희
    2022. 8. 9. 21:30

    붙잡을 수 없는 것들 /천양희

     

    세상의 모든 먹는 것 중에서

    나이를 먹는 것처럼 먹기 싫은 것이 없고

    맛없는 것이 없을 것 같다

    세상일이 모두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잘 먹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월과 나이이다

     

    내가 어떻게 벌써 이 나이인가

    믿기지 않을 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자신감도 없어진다

    그까짓 나이쯤이야, 라며 큰소리쳐보지만

    삶이 철컥, 자물통을 채워버리는 것 같아

    솔직히 겁이 난다

    가는 세월 붙잡을 수 없고

    세월 따라 먹는 나이를 나도 어쩔 수 없어서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젊은 날의 상처나 슬픔도

    세월이 치유해주기 때문이다

     

    젊은 날은 가난이나 고통,

    슬픔이나 상처까지도 힘이 되었는데

    지금은 무섭게만 느껴지니

    내가 삶을 너무 과식해서 배탈이 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는 것이 세월이고

    먹고 싶지 않아도 먹어야 하는 것이 나이라면

    잘 보내고 잘 먹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람도 명작처럼

    세월이 흐르고 세기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감동을 주는

    명인이 될 수 없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도 나이를 잘 먹고 잘 살다보면

    명인이 되고 명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나이를 먹어서 늙는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상과 정열을 잃어버릴 때 늙는 것이다

    세월의 흐름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릴 뿐이지만

    꿈이나 열정을 잃어버릴 때는

    영혼의 주름살을 늘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나이를 먹어서 꿈이 줄어든다면

    추억이라도 쌓아놓자

    그 추억의 힘으로

    마음속에 영감의 수신탑을 세울 수 있다면

    세월이 흘러도 나이를 먹어도

    희망의 전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세월이 흐르면서 줄어드는 아름다움이나

    희망, 용기나 희열 같은 것이

    더 소중하게 생각되고

    나이가 들면서 사랑이나 용서,

    나눔이나 배려 같은 말이

    더 소중하게 생각된다

     

    세월이 간다든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덧없다고 하지만

    가는 것은 세월이나 나이가 아니라

    우리가 한결같지 못하고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 들어서 가진 것이 없다고 후회할 때

    나는 내가 뿌린 것이 없어서

    거둘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세월이 흘러도 해놓은 것이 없다고 자책될 때

    나는 또 내가 행한 것이 없어서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횡재할 일이 있을 때 횡액을 생각할 줄 알고

    돈이 오는 곳에 반드시

    그림자가 따라온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 것이

    세월을 보내고 나이를 먹은 요즈음의 나 자신이다

     

    세월이 나를 휩쓸고 가는 강이라면

    나 또한 그 강이며,

    세월이 나를 태우는 불이라면

    나 또한 불이라던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세월과 나이는 함께 간다고 했을 것이다

     

    이 나이에 무슨?...이 아니라

    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으로

    세월을 잘 보내고 나이를 잘 먹어야겠다

    세월이여 제발,

    차라리 흐르는 것이면 좋은데,,,

    뭉칩니다

     

    관계에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냥 되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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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