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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 지나오다
    2022. 5. 23. 21:40

    풍경을 위로하다/임송자

     

    사람들이 떠난 마을 운양리를 지나오다

    아직 기척이 없는 개나리 몇 가지를 덜어냈다

    봄을 좀 끌어당기고 싶었다

    마을은 더 이상 유기적이지 못하고

    빈 마당을 쓸고 있는 바람과

    떠나지 못한 붉은 찔레 열매가

    헛일처럼 적적하다

    마른기침에 좋다는 그 열매를 따려는데

    손등을 긁어대며 말을 거는 찔레 덤불에게

    가능한한 애절하게'찔레꽃'을 불러주었다

    가만 있으면 외로움이 밀려들기 때문일까

    기울어진 문간은 열고 닫는 일을 잊지않으려는듯

    있는 힘을 다해 삭은 무릎을 삐걱인다

    집과 집 사이

    제 할 일이 없어진 탱자나무 울타리는

    늙은 퇴직자처럼 맥이 빠지고

    부드럽고 둥근 경계를 대신하던 살구나무 목련도

    허한 봄을 어찌 나눠 쓸까 걱정이다

     

    추억은 먼데서 데려올수록 테두리가 선명하고 곱다고 했지

    먼데것들이

    절절하게 그리워서 피는 꽃이라면

    못견디게 그리워서 지는 그늘이라면

    서러워마라

    세상천지 꽃그늘만큼 환한 그늘이

    어디 또 있겠느냐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유가 없이 만났습니다

    어디가 좋고,

    어디가 조금 밉고는 시간이 지나서 모릅니다

     

    당신은 그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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