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비를 기다리며 / 문정희삶 2018. 3. 26. 22:29
제비를 기다리며 / 문정희
제비들을 잘 돌보는 것은 우리집 가풍
말하자면 흥부의 영향이지만, 솔직히
제비보다는 박씨, 박씨보다는
박씨에서 쏟아질 금은보화 때문이지만
아시다시피 나는 가풍을 잘 이어가는 착한 딸
처마 밑에 제비들을 두루 잘 키우고 싶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강남에도
제비들이 좀체 나타나지 않아
지하철역에서 복권을 사서
주말이면 허공으로 날리기도 하고
참다못해 빈 제비집에 손을 넣었다가
뜻밖에 숨은 뱀에게 물리기도 한답니다
포장마차에서 죽은 제비다리를 구워먹으며
시름을 달래며
솔직히 내가 기다리는 것은
박씨거나 박 속에서 쏟아질 금은보화가 아니라
물찬 제비!
날렵하게 사모님처럼 허리를 감고
한바퀴 제비와 함께 휘익! 돌고싶은 것은
누구보다 당신이 더 잘 아시겠지오늘,
오래된 책을 펼쳐봅니다
아내와 설악산에서 따서 책갈피에 넣은 단풍이 나옵니다
수년이 지났음에도 ,,,
마음뿐이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상념에 잠깁니다
봄도,
주렁주렁,
가을을 매달고 살아가듯이,,,!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련 아래서 / 김시천 (3) 2018.03.30 봄날 / 김용택 (0) 2018.03.28 깊은 우물 / 노향림 (0) 2018.03.22 사모 / 조지훈 (0) 2018.03.21 내 사랑은 그대의 것입니다/리사 위젯 (0) 2018.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