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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속의 가을 / 최영미
    2017. 8. 28. 22:44

    내 속의 가을 / 최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기억의 초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오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그림자 밟아가며,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미늄 샷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팔장을 끼고
    가 ㅡ 을

     

     

    오늘,

    비가 내립니다

    저의 집 화단에는 아직도 노오란 장미가 있습니다

     

    가을은 삶으로의 새로운 복귀입니다

     

    경계를 넘어서는 날,

     

    칠월칠석 입니다

     

     

    깨끗한 모습이 아니어도 좋다

     

    다양한 의미는 있다

     

    가을 장미처럼 끝자락에 마무리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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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