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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서산 산행,,,!
    2016. 10. 9. 22:28

    어떤 흐린 가을비/ 류근

     

     

    이제 내 슬픔은 삼류다

    흐린 비 온다

    자주 먼 별을 찾아 떠돌던

    내 노래 세상에 없다

    한때 잘못 든 길이 있었을 뿐

     

    붉은 간판 아래로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같은 추억이

    지나간다 이마를 가린 나무들

    몸매를 다 드러내며 젖고

    늙은 여인은 술병을 내려 놓는다

     

    바라보는 순간

    비로소 슬픔의 자세를 보여주는

    나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숙이고 술을 마신다

    모든 슬픔은 함부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삼류가 된다

     

    가을이 너무 긴 나라

    여기선 꽃 피는 일조차 고단하고

    저물어 눕고 싶을땐 꼭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잎사귀를 허물면서 나는

    오래전에 죽은 별자리들의 안부를 생각한다

     

    흐린 비 온다

    젖은 불빛들이 길을 나선다

    아무도 듣지 않는 내 노래 술집 쪽으로 가고

    추억 쪽에서만 비로소 따뜻해지는

    내 슬픈 잎사귀 또 비에 젓는다

     

    - 시집『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사,2010)

     

     

     

    가을비 속으로 / 목필균
     
    체온을 낮추고 있다
    창문 가득 기웃거리는 빗방울

    스치는 찬기로 오소소 돋는 소름
    동공속으로 잠기는 우수

    온기없이 견디는 밤에
    신열이 오른다

    따뜻한 목소리
    서늘한 눈빛이
    포근한 가슴이
    만지고 싶다

    출렁거리던 그리움
    싸늘한 커피잔에 넘친다

    추적거리는 비가
    선명하게 그려낸 얼굴

    맥박이 낮아지고
    체온이 떨어지며
    넘치는 그리움 속으로
    온몸이 내려앉는다

    가을비 /  문정희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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