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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의 첫날!
    2016. 4. 1. 07:46

    4월의 시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사월의 시  이해인

    꽃 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맘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적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느끼며

    두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볼랍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4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4월엔 그대와 나
    알록달록 꽃으로 피어요
    빨강꽃도 좋고요
    노랑꽃도 좋아요

    빛깔도 향기도 다르지만
    꽃가슴 가슴끼리 함께 피어요
    홀로 피는 꽃은 쓸쓸하고요
    함께 피는 꽃은 아름다워요

    인연이 깊다 한들
    출렁임이 없을까요
    인연이 곱다 한들
    미움이 없을까요

    나누는 정
    베푸는 사랑으로
    생각의 잡초가 자라지 않게
    불만의 먼지가 쌓이지 않게

    햇살에 피는 꽃은
    바람에 흔들려도
    기쁨의 향기로 고요를 다스려요
    꽃잎 속에 맑은 이슬은 기도가 되지요

    4월엔 그대와 나
    알록달록 꽃으로 피어요
    진달래도 좋고요
    개나리도 좋아요

     

     

    4월 /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낙타의 생 - 류시화 

    사막에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

    등에 난 혹을 보고 나서야
    내가 낙타라는 걸 알았다

    눈썹 밑에 서걱이는 모래를 보고서야
    사막을 건너고 있음을 알았다

    옹이처럼 변한 무릎을 만져 보고서야
    무릎 기도 드릴 일 많았음을 알았다
    많은 날을 밤에도 눕지 못했음을 알았다

    자꾸 넘어지는 다리를 보고서야
    세상의 벼랑 중에
    마음의 벼랑이 가장 아득하다는 걸 알았다

    혹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보고서야
    무거운 생을 등에 지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사막을 건너왔음을 알았다..

     

     

     

    4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붓 하나 없이 계절마다
    신비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자연의 손길
    고요하게 그러나 순수하게
    그 빛깔만으로도 많은 것을 말해주고
    그 향기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나무와 풀, 꽃은 오늘 어떤 기도를 할까
    살아가는 동안 바람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나무는 흔들리는 잎새들에게 일러주겠지요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하겠지요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할 때는
    꽃이 필 때가 아니라 질 때라고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빛깔보다는 그 향기 때문일 거라고
    깊은 숲 속에서 흐르는
    한 모금의 샘물을 마시는 기쁨을 맛보려면
    뿌리까지 길어오는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고

    끝없는 욕망의 늪으로
    불어오는 한줄기 봄바람의 여운이
    가슴까지 스치며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바람 속에서도 꿈을 키워온 나무처럼
    날마다 쌓아가는 삶의 탑에
    차곡차곡 인내의 공을 들여야 겠다고
    나무와 풀, 꽃처럼
    나는 오늘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

     

     

     

     

     

    우리는 한때 두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 류시화  

    우리는 한 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 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영원히 그렇게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 진 우리 그림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의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

     

     

    4월의 첫날 입니다

     

    자리를 털고 나가서 걸어 보았습니다

     

    꽃도 피고, 공기도 따스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조금은 바라봄의 여유가 있는

     

    4월이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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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