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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저녁에 꽃들의 향연을 즐겼습니다
저는 비맞은 꽃을 좋아합니다
정연복 시인의 꽃에 관한 시를 올려봅니다
벚꽃의 열반 / 정연복
꽤나 오래 심술궂던
꽃샘추위의 눈물인가
미안한 듯 서러운 듯
살금살금 내리는 봄비 속에
이제야 피었나 싶더니
어느새 총총 떠나는
아기 손톱 같은
벚꽃들
한 잎 두 잎
보도(步道)에 몸을 뉘여
오가는 이들의
황홀한 꽃길이나 되어 주며
말없이 점점이
열반(涅槃)에 들어
세상 한 모퉁이
환히 밝히고 있다.
행여 그 꽃잎 밟을까봐
조심조심 걸었네
부러워라
부러워라
뭇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서도 가만히 웃는
저 작고 여린 것들의
순결한 마침표진달래 / 정연복
삼월의 마지막 날
으스름 저녁
꽃샘추위
아직도 매서운데
야트막해도 곳곳에
바위들이 카펫처럼 깔린
투박한 길을 따라
아차산에 올랐다
산의 여기저기
몇 그루씩 무리 지어
어느 틈에 만발한
진달래꽃은
저 먼 옛날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이
환생한 것인가
진분홍
그 고운 빛깔로
봄의 도래를 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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