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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의 시
    2015. 2. 1. 22:02

    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2월을 사랑하소서 / 이민영

     

    2월은
    그대 3월의 향
    샘 맞는 기다림
    그이를 두고 온 사랑,
    잠시녘의 겨울 마무리하고
    봄 여는 길목에는 설레임으로 파릇한 바램
    하늘까지 부풀어 있습니다

    내려놓은 뿌리로 겨울 상채기를 안아
    씨로 틔우려는 땅 꽃의 눈물
    길다랗게
    넓다랗게

    내준 발자욱 소리로 동면을 깨우고
    가지는 가지 위로 물은 물 위로 땅은 땅 위로
    계곡마다 드리워진 힘
    줄 세어가며
    나란히 나란히
    고사리 손 모아 손짓하며,
    역동의 산과 들
    움직이는 빌딩과 자동차의 웃음치는 경적
    태어나는 마을에서
    보도 위에는 새악시 같은 햇볕의 미소
    아침의 눈물,

    함박 웃음 위 백마탄 기사가 아기가 되 속삭입니다

    "그래 이제는 봄님이 오시는 거니
    하늘가로 나오렴 들로 내리렴
    햇살 든 정원에는 우리들 웃음만
    물결처럼 일렁이는 붉어진 볼조금
    누렁소, 사철나무의 손 사래, 싹들이 되어진 세상의
    봄님과 함께 하는거니 이쁜 옷고름도 볕에 축이게...."

    가슴 쿵쿵 뛰며
    얼굴 달아 오르며
    봄맞이 합니다
    아픔으로 살이 되어 온 이름들의
    차가운 공간을 파고드는 생의 갈피조차
    제게는 움의 씨,
    모든 것들의 根原이자 始作이 됩니다

    일년을 서기로 용솟음치니 시작이 무르익고
    봄도 무르익는 시작함
    여름 뒤 가을, 가을 뒤 겨울마져 다정으로 올 것 같고
    설레임으로 황홀한 소년
    소년의 소녀는 새악시가 되어 있습니다

    조바심않고 여유로워 편지를 씁니다
    겨울의 마지막 달은 편지를 씁니다
    행복합니다
    2월에 쓴 편지는
    사랑하여 쓴 편지 글로 부쳐집니다

    봄에 님을 만날 것을
    그사랑 만나서 여름에는 익힐것을
    익혀가는 것을 준비할 것을
    그렇게 만난 우리는
    가을이 오면 님과 나의 집을 지을 것을
    파란 동산이 단풍으로 수 놓던날 위에
    작으나 성실하게 소중한
    우리의 연가를 부를 것을

    詩를 짓고 님은 바이올린을 켜고
    詩를 짓고 님은 노래를 부르고
    삶의 사랑
    고뇌일지라도 향긋한 인생의 새벽을 맞습니다

     

     

    그렇게 2월은 간다 / 홍수희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2월을 안다

    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
    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
    2월을 안다

    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
    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
    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

    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
    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
    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

    계절은
    가고 또 오는 것
    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

    2월은
    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 놓여진
    조촐한 징검다리였을 뿐

    다만 소리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그렇게 2월은 간다

     

    2월 / 이외수

    도시의 트럭들은 날마다 살해당한
    감성의 낱말들을 쓰레기 하치장으로 실어나른다
    내가 사랑하는 낱말들은
    지명수배 상태로 지하실에 은둔해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예감
    때문에 날마다 그대에게 엽서를 쓴다
    세월이 그리움을 매장할 수는 없다

    밤이면 선잠결에 그대가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
    소스라쳐 문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뜬눈으로 정박해 있는 도시
    진눈깨비만 시린 눈썹을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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