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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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않는 길위에 / 이외수산 2020. 12. 18. 20:41
아무도 가지않는 길위에 / 이외수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습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한 모금 햇빛으로 저토록 눈부신 꽃을 피우는데요 제게로 오는 봄 또한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문득 고백하고 싶었어 봄이 온다면 날마다 그녀가 차리는 아침 식탁 내 영혼 푸른 채소 한 잎으로 놓이겠다고 가벼운 손짓 한번에도 점화되는 영혼의 불꽃 그대는 알고 있을까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언젠가는 가벼운 먼지 한 점으로 부유하는 그 날까지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아직도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 이게 바로 기적이라는 건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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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에서 / 안도현산 2018. 2. 5. 21:30
겨울 숲에서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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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역설 /제프 딕슨산 2017. 2. 26. 00:00
우리시대의 역설 /제프 딕슨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낮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 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 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 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 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 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 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 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라다, 전문가들은 늘어 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지고 약은 많아 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겁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고 너무 늦게까지 깨어있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 너무 적게 책 을 읽고 텔레비젼은 너무 많이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것은 많아 졌지만 가치는 더 줄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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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경-도종환 -, 산 동안거에 들다-송문헌-산 2014. 2. 15. 03:20
산경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산 동안거에 들다 / 송문헌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낙엽자리인가 바스락 우두둑 골절된 가랑잎들 고요의 뼈를 들추는 경계를 지운 산 나를 불러들이고 허둥지둥 지나온 길 돌아가는 길 또한 오리무중, 누가 누구의 길을 동행하고 누가 누구의 삶을 대신할 수 있는가 네가 내게 마음이 없으면 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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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증언산 2014. 2. 10. 19:06
떨어진 단풍잎이 아름다운 것은 상처 입은 처연한 색깔 때문이 아니다. 하늘의 듯에 순응하여 고요히 엎드리고 있는 낮은 자세 때문이다 낙엽의 그림자가 아름다운 것은 체념이나 회한의 이면 때문이 아니다. 참회록의 뒷모습 때문이다 바람에 서성대는 낙엽의 발자국 소리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진리를 말하는 낙엽의 증언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글 중에서) 상고대가 핀 단풍이 너무 곱습니다 겨울을 견디고 핀 가을꽃!! 도공의 고단함 속에서 피어난 작품처럼, 자연의 섭리로 탄생한 꽃! , 자연 앞에 모두가 작아 보인다 가장 먼 여행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다 -함마스콜드- 아주 간단하게, 단순하게, 순간 속에서 난 떠나 본다 오서산에서 2014.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