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향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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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노향림삶 2020. 5. 12. 19:57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노향림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디 햇빛 아래 소리없이 핀 작디작은 풀꽃들, 녹두알만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면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떼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무슨 경계를 넘어가나요. 무슨 이름으로 묻히나요. 사람에게 삶의 경계란 아픔을 통해 보이고, 아름다움을 통해 지워지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사람의 삶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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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우물 / 노향림삶 2018. 3. 22. 21:12
깊은 우물 / 노향림 그대 가슴에는 두레박줄을 아무리 풀어내려도 닿을 수 없는 미세한 슬픔이 시커먼 이무기처럼 묵어서 사는 밑바닥이 있다. 그 슬픔의 바닥에 들어간 적이 있다. 안 보이는 하늘이 후두둑 빗방울로 떨어지며 덫에 걸린 듯 퍼덕였다. 출렁이는 물 위로 누군가 시간의 등짝으로 떠서 맴돌다 느닷없이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다. 소루쟁이 풀들이 대낮에도 괭이들을 들쳐메고 둘러선 내 마음엔 바닥 없는 푸른 우물이 오래 묵어서 숨어 있다 바다가 곁에 있는 길, 소금기 머금은 바람과 소리가 있는 곳, 간간히 걷는 이들의 목소리가 뭍어 나는 곳, 그 길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