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어울리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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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이근대삶 2016. 11. 2. 22:07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이근대 엿가락처럼 늘어져 집에 들어온다 별을 품고 나갔다가 어둠을 짊어지고 녹초가 된 아버지 베란다로 나가 혼자서 담배를 피운다 한 개비의 담배를 깨물다가 새가 떠난 창밖의 나무가지처럼 아버지의 눈빛이 떨린다 누가 아버지의 꿈을 훔쳐 갔을까 창밖의 나무는 뼈 빠지게 악악거리고 바람은 거침없이 몰아친다 아버지가 내뱉은 담배 연기는 창밖으로 뛰쳐나가 물거품이 된 꿈처럼 허공으로 소리없이 사라지고 바람에 시달리는 나뭇잎은 추락 직전의 구조조정같다 따뜻한 밥상 앞에 앉아 밥 대신 눈물 젖은 소주를 마시는 아버지 속이 얼마나 탓을까 소주가 입으로 들어가자 못다한 열정이 눈에서 뜨겁게 쏟아졌다 아버지의 심장 한 복판에 앉아 아버지의 아픈 가슴을 말없이 듣고있는 나는 아들의 아들 그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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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삶 2016. 9. 26. 09:49
나의 사랑 / 정태현 하염없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불, 꽃, 별... 가없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하늘, 바다, 바람... 영원한 것들을 사랑합니다 시간, 공간, 우주... 무궁한 것들을 사랑합니다 믿음, 소망, 사랑 이와 같이 하염없고 가없는 것 한없고 영원무궁한 것들이 모두 내 사랑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더욱 더 사랑하는 당신 당신을 그 모든 것들이 다하도록 사랑합니다.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 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 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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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속에서 / 이정화삶 2015. 11. 11. 11:30
가을 속에서 / 이정화 모든 것을 잊고 싶은 마음입니다 너와 나의 미움과 상처들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모두 바람에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내 헐벗은 나뭇가지에 또다시 새싹이 트고 푸른 잎이 돋아날 때까지 내 두 눈에 눈물이 가득히 고일지라도 끝까지 울지 않겠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여 내 마음이 누런 낙엽이 되어 땅위에 떨어져서 이리저리 밟힐지라도 내 영혼은 결코 그 빛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주위를 더욱 아름답게 물들이는 가을처럼 내 영혼은 영원을 노래하고 날마다 조금씩 가을의 눈빛을 닮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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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외 / 이성선삶 2015. 10. 14. 08:48
외로운 사랑 / 이 성선 나는 다른 시인이 될 수 없음을 안다. 풀잎과 마주 앉아서 서로 마음 비추고 남들은 들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로 함께 꿈꾸며 별을 바라 밤을 지새는 시인이면 족하여라. 그것만으로 세상을 사랑한다. 그와 내가 둘이서 눈동자와 귀를 서로의 가슴에 묻고 사랑의 뿌리까지 영롱히 빛내며 저 하늘 우주의 울림을 들으면 된다. 그의 떨림으로 나의 존재가 떨리는 그의 눈빛 속에 내가 꽃 피어나는 그것밖에는 더 소용이 없다. 그렇게 별까지 가면 된다. 빈 산이 젖고 있다.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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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의 추억3산 2015. 10. 2. 09:51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 이해인 가을, 가을,가을 하고 불러 보면 나는 금방 흰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시를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눈길이 저 푸른 하늘을 향해 파랗게 물들어서 더욱 깨어 있길 원합니다. 서늘하게 깨어 있는 눈길로 하루를 시작하고 사람들을 바라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 엔 나의 마음이 불타는 단풍숲으로 들어가 붉게 물들어서 더욱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가을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 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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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잎/류시화농부이야기 2014. 11. 3. 20:27
붉은 잎 / 류시화 그리고는 하루가 얼마나 길고 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 그 다음 날이 왔고 그 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 붉은 잎, 붉은 잎 하늘에 떠가는 붉은 잎들 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직여 가고 또 갑자기 멈춘다 여기 이 구름들과 끝이 없는 넓은 강물들 어떤 섬세하고 불타는 삶을 나는 가지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졌었다. 그렇다,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하찮았던가! 여기 이 붉은 잎, 붉은 잎들 허공에 떠 가는 더 많은 붉은 잎들 바람도 자고 물도 맑은 날에 나의 외로움이 구름들을 끌어당기는 곳 그것들은 멀리 있다, 더 멀리에 그리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그것들을 겨울하늘 위에 소용돌이치게 하고 순식간에 차가운 얼음 위로 끌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