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 정호승

농돌이 2024. 2. 11. 12:53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살면서 미쳤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단 한번도 목숨 걸고 도전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