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쓴다 / 천양희

농돌이 2024. 5. 6. 21:43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진 자리에 잎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그러니 아들아,
누군가 네게 세상에서 중요한 것들의 목록이 바뀌었다고 하거든 그 말을 믿지 마라.
그들이 출세나 성공에 대해 말해도 귀담아 듣지 마라.
이 세상에 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네가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네 인생은 성공한 것이란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마음을 함께 나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단다.


오소희 <어린 왕자와 길을 걷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