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첫사랑 / 김선우

농돌이 2018. 1. 16. 22:10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함께 떠난 여행에서,

 

내가 여기에 있음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많은 생각이 있지만,

 

사랑으로만 기억하고자 합니다

 

 

저의 삶에 시간 내주셔서,

 

마주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