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꽃의 향기, 사람의 향기 - 이해인
    2014. 11. 19. 09:05

    꽃의 향기, 사람의 향기 - 이해인


    어느 땐 바로 가까이 피어 있는 꽃들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은데,

    이 쪽에서 먼저 눈길을 주지 않으면
    꽃들은 자주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곤 합니다.

    좋은 냄새든, 역겨운 냄새든 사람들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깁니다.

    많은 말이나 요란한 소리없이 고요한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는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이웃에게도 무거운 짐이 아닌
    가벼운 향기를 전하며 한 세상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해인의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中에서-
     

    홀로 있는 시간은 - 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
    본래적인 자기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입니다.
    발가벗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입니다.

    하루하루를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앞입니다.
    그리고 내 영혼의 무게가 얼마쯤 나가는 지
    달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외부의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그리고 감촉에만 관심을 쏟느라고 저 아래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정한 자기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찻간이나 집 안에서 별로 듣지도 않으면서 라디오를 켜놓 는것은
    그 만큼 우리들이 바깥 소리에 깊이 중독되어 버린 탓입니다.
    우리는 지금 꽉 들어찬 속에서 쫓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여백이나 여유는 조금도 없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기고 일에 쫓기면서 허겁지겁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쫓기기만 하면서 살다보니 이제는 쫓기지 않아도 될 자리에서조차
    마음을 놓지 못한 채 무엇엔가 다시 쫓길 것을 찾습니다.

    오늘 우리들에게 허가 아쉽습니다.
    빈 구석이 그립다는 말입니다.
    일, 물건, 집, 사람  할 것 없이 너무 가득 차 있는 데서만
    살고 있기 때문에 좀 덜 찬 데가, 좀 모자란 듯한 그런 구석이
    그립고 아쉽습니다.

     

    (용봉산 최영장군 활터 암봉들에 가을이 깊어갑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  (2) 2014.11.22
    별의 고백 / 이정하​  (0) 2014.11.20
    겨울 나무 / 이정하  (0) 2014.11.19
    첫 눈 / 정호승  (0) 2014.11.16
    푸르른 날 - 서정주(송창식 노래)  (0) 2014.11.15

    댓글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