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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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을 보냅니다삶 2017. 11. 30. 12:51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하나는 펼치면서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11월을 보냅니다 삶이 아프다는 것은 살아있는 증거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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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 이채산 2017. 11. 29. 17:31
중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 이채 높다고 해서 반드시 명산이 아니듯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어른이 아니지요 가려서 볼 줄 알고 새겨서 들을 줄 아는 세월이 일깨워 준 연륜의 지혜로 판단이 그르지 않는 사람이라면 성숙이라 함은 높임이 아니라 낮춤이라는 것을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것을 스스로 넓어지고 깊어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새벽 강가 홀로 날으는 새처럼 고요하고 저녁 하늘 홍갈색 노을빛처럼 아름다운 중년이여! 한 해, 또 한 해를 보내는 12월이 오면 인생의 무상함을 서글퍼하기보다 깨닫고 또 깨닫는 삶의 교훈이 거름처럼 쌓여가니 내 나이 한 살 더하여도 행복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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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 박노해산 2017. 11. 28. 21:04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 박노해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슬퍼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은 없으니 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이니 모든 새로운 길이란 잘못 들어선 발길에서 찾아졌으니 때로 잘못 들어선 어둠의 길에서 끝내 자신의 빛나는 길 하나 컴컴한 어둠만큼 밝아오는 것이니 늦가을이면 오는 선운사 녹차밭,,, 녹차의 푸르름이 좋다 힌색의 녹차꽃도 아름답다 봄부터 새싹을 뜯기며, 몸을 내어주며 살아온 길이 꽃으로 피어나는 가을엔 단풍잎과 더불어 아름답다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은 어디에서 동정받을 수는 있어도, 사랑받거나, 사랑할 수는 없음을 안다 지난 가슴을 덖이는 녹차잎처럼 문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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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음의 길 / 박노해산 2017. 11. 26. 21:23
첫 마음의 길 / 박노해 첫마음의 길을 따라 한결같이 걸어온 겨울 정오 돌아보니 고비마다 굽은 길이네 한결같은 마음은 없어라 시공을 초월한 곧은 마음은 없어라 시간과 공간 속에서 늘 달라 져온 새로와진 첫마음이 있을 뿐 변화하는 세상을 거슬러 오르며 상처마다 꽃이 피고 눈물마다 별이 뜨는 굽이굽이 한결같은 첫마음이 있을 뿐 나의 사랑하는 작은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첫마음을 기억하렵니다 오는 계졀이 지나가는 대로 그대로 바라보기엔 깜깜한 하늘 아래서 봄날의 기억들처럼 아쉽습니다 겨울은 사라지거나 잊어지지 않는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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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눈을 기다리며,,,!삶 2017. 11. 26. 00:30
하나를 위하여 / 김승희 나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단지 하나가 되고 싶을 뿐이다. 살았던 것들 중 그 중 아름다운 하나가, 슬펐던 것들 중 그 중 화사한 하나가, 괴로웠던 것들 중 그 중 순결한 하나가 되고 싶을 뿐이다. 나는 많은 길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길을 버리고 싶고 더 많은 꿈을 지우고 싶고 다만 하나의 길과 다만 하나의 꿈을 통하여 물방울이 물이 되고 불꽃들이 불이 되는 그 하나의 비밀을 알고 싶을 뿐이다. 하나를 이루기 위하여 그 하나에 닿기 위하여 나는, 하나 하나, 소등 연습을 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가로등이 다 꺼진 어둠 속으로 솜처럼 착하게 다 적셔져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타오르는 하나의 봉화가 되고 싶은지도 모른다. 오늘 저녁이 지나면 힌 눈이 가득 내리길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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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산 2017. 11. 23. 18:36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빨간색 머플러로 따스함을 두르고 노란색 털 장갑엔 두근거림을 쥐고서 아직도 가을 색이 남아있는 작은 공원이면 좋겠다. 내가 먼저 갈께 네가 오면 앉을 벤치에 하나하나 쌓이는 눈들은 파란 우산 위에다 불러모으고 발자국 두길 쭉 내면서 쉽게 찾아오게 할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온 세상이 우리 둘만의 세계가 되어 나의 소중한 고백이 하얀 입김에 예쁘게 싸여 분홍빛 너의 가슴에선 감동의 물결이 되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맑은 두 눈 속에 소망하던 그날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자리하면 우리들의 약속은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일 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멀고 먼 겨울인줄 알았습니다 첫눈이 왔습니다 안부를 묻습니다 향기는 고통속에서 피어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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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사랑해서... / 김승희삶 2017. 11. 22. 17:16
죽도록 사랑해서... / 김승희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이제 듣기가 싫다. 죽도록 사랑해서 가을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고 있는 붉은 감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옥상정원에서 까맟게 여물고 있는 분꽃 씨앗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한계령 천길 낭떠러지 아래 서서 머나먼 하늘까지 불지르고 있는 타오르는 단풍나무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로 이제 가을은 남고 싶다. 죽도록 사랑해서 죽도록 사랑해서 핏방울 하나 하나까지 남김없이. 시간이 지나도,,, 계절이 변해도,,, 우리의 마음에는 바람이 분다 그것은 변함없는 물음,,,!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합지만,,, 의미를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