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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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면/ 안도현삶 2017. 8. 31. 21:07
9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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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부채길을 걸으며산 2017. 8. 30. 16:54
0 일시 : 2017년 8월 26일 0, 동행 : 홍성토요산악회 0, 강릉부채길 입장 가능 시간(하절기): 오전 09시부터 14시 0, 들머리: 심곡항과 정동진항 위 썬크르즈 주차장 0, 입장료: 3천원 0, 주차장 : 심곡항(무료:매우 협소, 대형차는 주차 불가), 썬크르즈 주차장 : 유료 0, 부채길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2,300년 전 한반도 지각 변동으로 발생한 단구지형을 볼 수 있는 신비의 길,,, 옥처럼 맑은 물과 파도소리,,, 정동진 해변은 덤으로,,,! 정동진 해변 -썬크르즈 - 투구바위 - 부채바위 - 심곡항으로 걷습니다. 철길 너머 수 많은 발자국과 시리도록 푸른 바다,,,! 원초적 그리움이 스멀거립니다 폐장으로 쓸쓸한 전망대,,,! 해변에서 바라본 썬크르즈 잠시 흙탕물이 일어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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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최영미산 2017. 8. 29. 18:18
가을에는/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 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수수) (부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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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의 가을 / 최영미삶 2017. 8. 28. 22:44
내 속의 가을 / 최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기억의 초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오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그림자 밟아가며,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미늄 샷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팔장을 끼고 가 ㅡ 을 오늘, 비가 내립니다 저의 집 화단에는 아직도 노오란 장미가 있습니다 가을은 삶으로의 새로운 복귀입니다 경계를 넘어서는 날, 칠월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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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삶 2017. 8. 27. 16:29
가을바람 / 최영미 가을바람은 그냥 스쳐가지 않는다 밤별들을 못 견디게 빛나게 하고 가난한 연인들 발걸음을 재촉하더니 헤매는 거리의 비명과 한숨을 몰고 와 어느 썰렁한 자취방에 슬며시 내려앉는다 그리고 생각나게 한다 지난 여름을, 덧없이 보낸 밤들을 못 한 말들과 망설였던 이유들을 성은 없고 이름만 남은 사람들을..... 낡은 앨범 먼지를 헤치고 까마득한 사연들이 튀어나온다 가을바람 소리는 속절없는 세월에 감금된 이의 벗이 되었다 연인이 되었다 안주가 되었다 가을바람은 재난이다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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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산 2017. 8. 25. 21:40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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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 / 류시화삶 2017. 8. 24. 09:46
들풀 / 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 부르다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