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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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하여 / 정일근삶 2017. 6. 12. 22:36
아름다움에 대하여 / 정일근 영원한 것은 아름답다고 믿은 적이 있었다 영원히 살기를 바랐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삶이 나에게 가르쳤다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게 아름다운 것은 순간이었다 언제나 지나가면 사라지는 헛것이었다 하늘 깊이 반짝이는 새벽별이나 붉게 타오르는 저녁놀 풀잎 끝에 매달린 맑은 이슬 같은 내가 진정 아름다워하는 것들은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 오래 기다렸던 첫눈도 눈이 피우는 나무의 눈꽃들도 결국 녹아버리고 마는 흔적이었다 사람의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첫사랑 첫키스 같은 가슴 떨림도 흑백사진으로 남는 추억이었다 그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한 약속도 헛것이 되고 말았다 내가 영원히 사랑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것은 헛것이다 백 년 동안 색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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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교실 1 / 정일근삶 2017. 6. 12. 07:19
바다가 보이는 교실 1 / 정일근 -우리반 내 아이들에게 너희들 속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구나 저 산에 들에 저절로 돋아나 한 세상을 이룬 유월 푸른 새 잎들처럼, 싱싱한 한 잎 한 잎의 무게로 햇살을 퉁기며 건강한 잎맥으로 돋아나는 길이 여기 있구나 때로는 명분뿐인 이 땅의 민주주의가, 때로는 내 혁명의 빛바랜 꿈이, 칠판에 이마를 기대고 흐느끼는 무명 교사의 삶과 사랑과 노래가 긴 회한의 그림자로 누우며 흔들릴 때마다 너희들은 나를 환히 비추는 거울, 나는 바다가 보이는 교실 창가에 서서 너희들 착한 눈망울 속을 조용히 들여다보노라면 점마다 고운 빛깔과 향기의 이름으로 거듭나는 별, 별들 저 신생의 별들이 살아 비출 우리나라가 보인다 내 아이들아, 너희들 모두의 이름을 불러 손잡으며 걷고 싶어..